숲 (fore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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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턱 날짜21-02-15 17:25 조회849회 댓글0건본문
별 ★★★★★
이 영화에 이 별점을 매기는 날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얼마전에 영화게시판에 영상자료가 올라와서 제대로 된것을 저도 볼수있었네요. 떠돌던 저화질의 녹화본을 예전에 구해서 봤었습니다. 영화 연출을 공부할적에 영화제 미쟝센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을 연이어 보았었습니다. <남매의 집>이후로 몇년만에 나온 영화제 대상이었죠.
제게 두 영화는 너무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서사적으로 감정적으로 굉장히 난해한 작품이었거든요. 시공간도 난잡하게 전개될뿐더러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야할 스토리도 불분명했기 때문에 '뭐 이런 영화가 다있어?'라는 불만만 가득했죠.
지난 1년간, 특히 최근 몇개월간은 인문학 공부에 심취해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인문학 서적을 공부한다기보다 유튜브 영상으로 쉽게 설명하는 인문학적 개념들과 저의 일상에서 느끼는바의 통일성을 찾으려 했습니다. 사실 철학이라는게 말장난이라는 목적에 매몰되어버린듯도 하지만 본질은 삶의 복잡함에대한 해답을 얻기위해 탐구하기 시작한것입니다. 고대에 살았든, 현대에 살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은 모두 같은것이기에, 생각보다 어렵지않게 철학에서 우리는 일상에대한 지혜를 얻을수 있습니다.
실존주의란 무엇인지, 니체 도덕의 계보학, 칼융의 분석심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3요소, 키르케고르의 실존 3단계.. 등등 많은 개념들을 탐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요즘은 신학에 관심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온 지금, 제가 인지하고 경험하는 세상에 대하여 저만의 사고방식과 유연함을 가질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 많은 개념들을 다 이해하고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문적인 탐구를 하기보단 그저 수박겉핥기일 수도 있겠죠.
다시 감상해본 <숲>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네요. 제가 수년간 괴로워하고, 깊게 탐구해온 것들이 이렇게 녹아져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사실 영화에대한 해석이란것은 정답이 없는것이고, 창작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주관적으로 느낄수 있는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에대한 저의 감상을 어느 순간부터 꺼내는게 어려워졌음을 느낍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절대로 평론가가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조심스레 감상평을 끄적여보자면,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가 선언한 이후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보는것으로 느꼈습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맞이해야하는 구정의 세상이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을 죽여본 자는 더더욱이 잘 알것이고, 신이 죽었음을 아는 자도 알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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