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가장 신경썼지만문제소지 있는 발언은 많아과거시험까지 치른 이승만삼강오륜, 부부유별 강조산업화·근대화 이끈 박정희"살림살이에 예속되지 말라"[대통령의 연설] 요즘 젠더 갈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2030 남성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몰표를 던진 결과인데요.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오 시장 지지율은 72.5%로 같은 연령대 여성 지지율(40.9%)에 비해 32.6%포인트나 높았다고 합니다. 다른 연령대의 남녀 지지율 차이가 5%포인트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차별화되는 수치죠.젠더 갈등은 원래부터 정치인들이 입에 담기 부담스러운 이슈였는데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는 훨씬 더 다루기 힘든 주제가 됐습니다. 표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온라인에 친숙한 청년층 특성상 정치인의 실언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지난 선거에서 20대 남성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것도 정책적 측면보다는 여권 정치인들의 발언들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그렇다면 과거의 정치인들은 젠더 이슈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발언들을 남겼을까요. 특히 대통령들은 어떤 관념을 갖고 있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 당시 시대상에 맞게 남성중심적인 발언들로 '요즘 이런 말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란 상상을 하게 만드는 대통령이 있었는가 하면, 예상과 달리 괜찮은 발언만 남아 있는 대통령도 있었네요. 대통령별로 편차가 꽤 심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개개인의 특성이 많이 반영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태우 대통령 내외분여성단체장과담화2(1988) "조신하고 절제해야"…부부유별(夫婦有別) 강조한 이승만이승만 전 대통령은 1875년 출생으로 서당을 다니고 과거시험까지 치른 이력이 있습니다. 그 옛날에 미국에서 박사를 취득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교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역시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높았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여성에 대한 발언들을 살펴보면 유교의 영향이 상당히 커 보입니다. 1954년 11월 16일에는 '남에게 존중받도록 조신 행세하라, 전국 부녀자에게 유시'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연설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예의상 (여자들에게) 절제와 습관이 있어서 남자와 무례히 언사나 행동을 아니하고 점잖은 도리를 지켜 남자들이 자연히 부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1958년 2월 26일에는 '삼강오륜을 잘 지켜라'란 제목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 연설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부부유별(夫婦有別)'을 이야기하며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정이 있는 것이 제일 긴한 것"이라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경애하며 잘 살아야 집안이 정제되고 아이들과 어른이 기쁘게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해방과 6·25전쟁 직후의 발언들이니 시대상이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당장 1960년대부터도 대통령 연설문에서 이렇게 전통적인 여성관이 드러나는 경우는 예상 외로 흔치 않습니다. 사실 여성이 조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이 연설까지 할 이유가 마땅치 않기도 하죠. 아마 성리학을 전문적으로 학습했던 이 전 대통령의 이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정희 "어머니와 아내도 아버지·남편과 동등한 인간…자질구레한 살림살이에 예속되지 말라"역대 대통령들의 발언을 조사하면서 가장 예상을 벗어났던 게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여성차별적인 발언이 꽤 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요. 오히려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 장려하면서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많았습니다.1965년 11월 24일 주부생활지에 실린 '주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대표적인데요. 박 전 대통령은 "귀한 자녀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부엌에서 영양을 생산하는 일이라든지, 종일 살림을 보살피는 일도 물론 주부의 큰 보람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머니나 아내도 아버지와 남편과 동등한 인간임을 미루어 생각할 때, 자질구레한 살림살이에만 예속된 채 지적생활에 외면하여 산다는 일은 적지않게 생의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국가적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1971년 4월 25일 대통령선거 유세에서는 "정통 사회의 우리나라 여성들은 여성으로서의 빛을 못 보고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앞으로 우리 여성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많이 진출을 해서, 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시는 여성 유권자 여러분이 조국 근대화 작업의 절반의 책임을 져 주십사 하는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사실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봐도 여성들이 가사일에만 전념하는 것보다 경제활동을 해 주는 것이 보탬이 되죠. 박 전 대통령의 성평등 관련 발언들을 보면 여성의 삶의 차원에서 접근했다기보다 이렇듯 국가경제에 기초한 메시지였던 것으로 해석됩니다.박정희 대통령 세계제패한국여자탁구선수단에게뱃지수여1(1973) 여성가족부 만든 노태우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여성정책이 시작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때부터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정무 제2장관실'을 발족시켜 여성문제를 전담하도록 했으며, 각 시도에 가정복지국을 신설하고 국장으로 모두 여성을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또 경찰대학에 여성을 입학시키고, 군에서 여군에게 병과를 제한하지 말고 보직을 차별 없이 주도록 지시했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여성정책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것이 연설문에 잘 나타납니다. 노태우 대통령 제29회전국여성대회참석연설(1992) 그러나 오늘날이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들도 적지 않게 했는데요. 1988년 6월 9일 한국일보 창간기념 특별회견에서는 "역시 여성은 남편의 지위가 어떠하든 가정에서 남편을 뒷바라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남편이 건강하게 맡은 바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내조를 해야 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했습니다.1989년 10월 11일 여성 지도자들을 위한 만찬 연설에서는 흥미로운 발언을 했는데요. 노 전 대통령은 1988년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하겠다고 말해 놓고 실제 공천까지 이어진 사례가 별로 없어 많은 비판에 시달렸던 모양입니다. 이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은 "여성 후보를 가능한 많이 공천하도록 독려까지 했는데 모두 결과가 좋지 못해 내가 당으로부터 원망을 받기도 했다"며 "문제는 여성 공천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여성이 여성 후보에게 표를 찍는 데 인색한 데 있다. 나보다 여러분(여성 지도자들)이 원망을 받아 마땅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합니다.(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의 기록은 다음 회차에서 소개합니다)[문재용 기자][대통령의 연설 지난회차]1회 - 박정희 "여러 대책에도 집값 올라" 사죄…부동산전쟁 60년2회 - 집값 잡기에 가장 간절했던 대통령…盧 아닌 MB?3회 - 野서울시장 칭찬한 유일한 대통령…盧 "청계천으로 서울 환해져"'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지금 문재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구독 바로가기)하시면 발 빠른 정치뉴스와 깊이 있는 연재기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